한일정상회담 후 이시바 일본총리와 함께 회견중인 이재명 대통령(왼쪽, 대통령실 제공)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미국과 일본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의제 중 '동맹 현대화'와 관련, "(미 측에서 주한미군 등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대신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등의 논의는 우리로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내외신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24일 일본 하네다 공항을 떠나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 안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정상회담 자리에서 갑자기 새로 나오는 의제는 많지 않고, 주요 의제는 사전에 실무선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한다"며 "짐작하는 대로 안보 문제나 국방비 문제, 관세협상 문제 등이 얘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 대만 문제에 있어 우리의 개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예측에 대해서는 “참 어려운 얘기인데, 외교 안보 대화에서 상대가 곤란할 아주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얘기는 잘 안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좀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대신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등의 논의는 우리로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양측이 주장하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씩 다른데, 이런 부분을 조정하는 것도 협상인데 생각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험악하지는 않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전체 전망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를 포함해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볼 생각”이라며 “최종적으로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의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할 수도 있고 제가 제기할 수도 있는데,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볼 생각”이라며 “자주 있는 기회도 아닌데, 나쁜 얘기 아니면 다 해 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분명한 건 대한민국도 하나의 주권국가이고,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타결된 관세 협상에 대해 미국이 추가로 ‘농축산물 수입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우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 측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지금도 이 (관세) 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 유리하게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하는 미국 측 시각이 분명히 있고, 그래서 좀 바꾸자는 요구도 미국의 각 부처 단위에서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며 "다만 그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그렇더라도 힘든 줄 알면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측이) 대화도 그리 무리는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원자력은 중요 과제이긴 한데,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하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친중 이미지’ 논란에 대해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며 “국익에 도움 되면 가까이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기본, 근간은 한미동맹”이라며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의 체제에 있기 때문에 이 가치와 질서, 시스템을 함께하는 쪽의 연합과 협력이 중요하고, 그래서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할 것이냐, 절연하고 살 수 있느냐, 절연 안 하는 걸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 한다”며 “중요한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적대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준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삶의 조건”이라며 “친중, 친북, 친러, 잘하면 친공, 공산주의(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데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국내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중 일부, 일각에서 문제 지적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문제 지적당할 것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첫술이니까, 첫술에 배부르려 하면 체할 수 있다”며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고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 등에 있어서도 더 가시적인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방일해 정상회담을 가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한미 협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는 매우 우호적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미국의 협상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소인수 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사실 거의 대부분 미국과 협상 얘기를 하느라 지연됐다”며 “아주 자세한 얘기를 해줬는데 이걸 다 얘기하면 (미국과 협상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아주 많은 자세한 얘기를 해줬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지난 23일의 한일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 순으로 진행됐는데, 원래 20분으로 예정됐던 소인수 회담이 1시간 넘게 진행됐다.
한편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하락 추세인 데 대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하지 않나, 상당 부분이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세와 반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의 지지율 여론조사가 왜 그런지는 여러분도 다 알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제가 하는 국정에 대해 국민 일각에서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것도 인정한다.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론조사 지표보다 저는 더 빨리 아는 길이 있다”며 “문자 메시지로 ‘와 대통령님 그러실 줄 몰랐어요’ 이런 게 꽤 여러 개 오면 위험한 거다. 그런 데서 알 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어떤 표현이나 포장 이런 걸 잘해서 일시적으로 좋은 평가 받은 것도 물론 의미는 있지만, 진짜 중요한 건 국민 삶의 조건이 개선되는 것”이라며 “그게 결국 국민 지지율로 최종 평가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 제도 개편 같은 것도 세금 없는 게 제일 좋겠지만, 세금 없애주겠다고 해서 인기가 있어도 결국 그러다 나라 살림이 망가진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반탄(탄핵 반대)파’ 대표가 선출돼도 야당 대표와 대화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당연히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당 지도부와 소통하지 않는 데 대해선 “정 대표는 당대당으로 경쟁하는 입장”이라며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취임 뒤 80여 일 소화한 일정에 대해 “해보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고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2박 3일의 미국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에서의 첫 일정으로 재미 동포와 만찬 간담회를 갖는다. 25일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업무 오찬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엔, 미국 측 재계 인사들과 만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미국 내 초당적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책 연설 및 만찬 간담회 일정을 갖는다.
26일 오전엔 알링턴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서재필 기념관을 방문한다. 같은 날 오후 미 측 고위 관계자와 함께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