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지난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슈퍼 에이지드·supr-aged)사회’에 진입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 파장이 감지되고 있다. 당장 시니어들은 연금·일자리·건강·돌봄 리스크에 노출됐다. 더트래커는 ‘건강하게 오래, 삶의 질을 지키는 방법’을 찾고자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더트래커 = 박지훈 기자

법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노인의 나이는 평균 71.6세. 70~74세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법적 기준 65세와 실제 사회적 인식 사이에 약 6~7년의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문제는 법정 정년이다.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급은 65세부터 시작된다. 1952년생까지는 60세부터 수급이 가능하지만, 1960년대 출생자부터는 65세부터다. 60세 은퇴를 전제로 설계된 현실과 충돌한다.

조기퇴직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이 공백 기간은 7~10년에 이른다. 대기업·정규직의 주된 일자리 종료 시점은 50대 초·중반, 비정규직·중소기업·플랫폼 노동자는 40대 중반부터 밀려난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모두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채 ‘애매한 중년 실업자’ 상태로 떠 있는 인구가 늘고 있다. 조기퇴직 관행이 노후 빈곤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연금 받기 전 10년을 어떻게 건너갈 것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은 각자의 몫이다.

“연금 생활자의 리스크는 물가”…현금 흐름 과제
노년기는 금융 리스크가 집중되는 시기다. 고정 연금과 저금리 예금에만 의존하면 실질 구매력이 서서히 깎인다. 일·연금·투자·임대소득·파트타임 등 복수의 ‘현금 흐름’을 설계하지 않으면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을 소진할 수밖에 없다. 설계시 자산 총액이 아니라, 매달 안정적으로 유입되는 ‘캐시 플로우’를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또 고령층을 겨냥한 고위험 금융상품, 사기, 불완전 판매도 문제다. 정한겸 택스피어 대표 세무사는 “노년에 접어들 때 스스로를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라고 생각하고, 금융 기초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서울 아파트 내 공원에서 두 노인 산책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박지훈 기자

84%가 만성질환…치매·요양 리스크
실버 세대의 최대 고민은 건강이다. 노인의 84%가 만성질환을 1개 이상 보유하고, 이 중 3분의 1은 3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 65세 이상에서 치매 유병률은 약 10% 수준으로 추정되며, 85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는 위험이 급증한다. 요양시설 입소자 중 치매 환자 비중은 90%에 달해, 시설의 질이 곧 노인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구조다. 장수 시대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혼자 걷기만 하는 운동보다 피트니스, 수영, 골프, 라인댄스 등 커뮤니티 기반 활동이 만성질환·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아침 스트레칭, 매일 20분 걷기, 주 2회 소모임 참여 등 스스로 통제 가능한 루틴을 생활 시일정표에 고정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AI와 로봇, ‘노년의 일상’을 보조
시니어 리스크 중, '건강·돌봄 부문'은 인공지능(AI) 스피커·로봇을 활용한 디지털 기술이 메우고 있다.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NUGU)’를 기반으로 독거노인 안부 확인, 복약 알림, 응급 감지를 지원하는 ‘AI 돌봄’을 지자체와 함께 운영 중이다. 1인 가구 노인의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기술로 돌봄 인력의 공백을 보완한다.

요양병원에서는 LG전자의 로봇 ‘클로이(CLOi)’가 식사와 약품, 검사물 전달을 전담한다. 이른바 ‘서브 워커(sub-worker)’ 개념이다. 의료진이 돌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한 사례다.

원격 재활 영역에서는 네오펙트가 선도하고 있다. 스마트장갑(Smart Glove), 스마트페그보드(Smart Pegboard), 스마트밸런스(Smart Balance) 등 다양한 원격 재활 솔루션을 제공하며, 디지털 재활 기기를 통해 사용자들은 집에서도 AI 코칭을 받고, 훈련 난이도는 자동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스탠포드병원(Stanford Health Care)을 비롯한 미국과 국내 200여 개의 종합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건강 수명’과 ‘소득 수명’은 짧다. 삶의 후반전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재점검해야 한다.